<새로운 공연양식을 위하여>
- 1983년 메아리 총회보 中. 1983년 6월 11일 토요일 오후 두시

1. 기존의 집단들이 형성해 놓은 유기적 system 속에서 한 집단이 identity를 획득해 가는 方法은 우선 기존집단들의 테두리 밑바닥에서 共有되어지는 집단의식을 수용하고 함께 나누어 가지는 일이 선결되어야 하며 그 구조하에서 자신이 차지해야 할 전문적이고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 집단이 갖는 지향성과 주변문화가 갖는 문화적 둘레와의 유기적 연계 관계를 규정짓는 것이 될 것이다.
첫째 단계에 있어 그 저변에서 공유되고 있는 집단의 공동의식을 수용하는 점에 있어서는 거의 당위적으로 주어지고 인정되어지고 있는 바지만, 두 번째의 경우, 그 집단이 가지는 전문적 영역-전문적이라는 용어를 씀으로서 자칫하면 어떤 pro적이라고 하는 개념을 포함하는 것 같으나 실은 독자적인 영역, 다시 말해서 그들이 택한 방법적인 면에서의 문화양식의 개별성만을 생각하기로 하자.-을 확보하는 문제에 있어 약간의 혼란이 있는 것 같다. 즉, 우리의 경우를 생각하면 우리가 택한 양식으로서의 노래, 좀 더 포괄적으로는 문화가 우리에게는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이다. 물론 문화라는 개념을 떠올리고 그것에 매달림으로써 우리 자신이 빠지기 쉬운 현실과의 거리감과 상황에 대한 대응방식 사이의 괴리 때문에 요즈음은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은 자신은 인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정치와 문화라는 원색적인, 도식적인 이분법 사고와 현실상황이라는 압박감으로 인해 우리에게 있어서 전문적인 영역으로서의 노래양식이 상황과의 일정한 거리 속에서 대등하게 발전해 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전문적이고 개성적 영역의 확보를 확실히 하자고 한다면 자칫 문화주의나 현실을 도외시한 공허한 의견으로 간주될지도 모르나, 그러한 입장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의식이나 지향성을 표출할 수 있는 전문적 영역을 확고히 함으로써 상황 속에서 느끼는 당혹감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우리의 의식과 지향성의 치열한 연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더 이상의 자세한 점은 논의의 성격상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이제 구체적으로 우리의 논의가 되어야 할 공연양식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자. 앞에서 말한 것과 관련지어서 우리의 영역으로서의 노래,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 노래의 표출양식으로서의 장이 공연이다. 필요상 우리들을 학내집단으로 규정하고 그 공연은 학내활동으로 한계 짓고 이야기를 전개하기로 하자.

공연문제를 이야기하자면 우선 두 가지 면이 다 같이 고찰되어야 한다. 내용적인 면과 형식적인 면, 그 내용에 따라 형식이 바뀌어지기도 하고, 형식의 변화에 따라 내용이 변하기도 하지만, 일단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는 바, 공연형식에 비중을 두어 논의를 전개하면서 아울러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의 검토도 있어야 하겠다.

우선 지금까지 행해져 왔던 공연이 수정되어야 할 필요성, 즉 다시 말해서 새로운 공연양식을 찾아야 할 필요성, 즉 다시 말해서 새로운 공연양식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검토해 보자.

현행 우리 공연의 문제점은 단적으로 전달의 어려움이다. 공연이 단순히 아름다운 melody와 harmony를 들려줌으로써 관중들을 일시적으로 마취시키는 것은 우리에게 별반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의 공연행위를 통해 무언가가 전달되어야 한다. 우리가 배양해 온 의식과 감정들이 공연을 통해 전달되고 더불어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공연은 전달의 효과를 못 가지고 있다. 그 원인적인 것으로서 첫째는 서사성의 문제이다. 가장 쉽게 전달을 하고 그것이 일시적인 감동이 아니라 관중들이 그 공연을 끝내고 생활인으로서 자기 생활로 돌아가서 그 충격을 간직하려면 서사적인 전달이 필요하다. 우리의 노래는 서사적인 기능에 있어 부족하다. 그것은 또한 노래의 서사성이 가진 한계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외부에서 평하는 것처럼 동일한 양식의 반복으로 우리 스스로가 빠져들고 있는 매너리즘 극복 또한 큰 과제이다. 위 두 가지의 내부적 원인과 함께 70년대 말부터 하나의 새로운 조류로서 大同놀이가 중요성을 갖기 시작했다. 예술행위자로부터 관객으로의 일방적인 전달구조가 아닌 같이 演을 形成해 가면서 공동체적인 의식의 공유를 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전달로서의 무대와 객석이 갖는 거리감의 파괴는 일방적인 communication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우리로서는 진지하게 검토해 볼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현행 공연양식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에서 대동놀이, 즉 마당극과 workshop을 통해 경험했고 노래극의 고찰과 함께 새로운 공연양식을 모색해 보기로 하자.

2.
마당극의 내용을 살펴보자. 마당극은 말 그대로 "마당에서 벌리는 극"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마당이라는 문제를 살펴보자. 마당은 공간적 개념(공동성, 집단성)과 시간적 개념(상황, 현장성, 생활성)의 양자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즉 마당극은 놀이패와 구경꾼이 분리되지 않는 극, 다시 말해서 관중(현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생활인)이 연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당극은 개방된 연극, 즉 연희자와 관중이 한 덩어리이고 연희마당과 관중석이 서로 통하며 관중이 주인이 되는 연극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이다.

70년대 말로 오면서 이런 마당극은 놀이적 성격을 중시하게 된다. 이것을 이른바 마당굿이라 부르게 되는데 이는 일상적인 생활과 놀이를 공유화하여 즉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이 일체화되어져 노동과 연희의 '문화적 삶' 속에서의 구분이 없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마당굿의 성격을 알아보기 위해 놀이정신과 마당정신을 살펴보자. 놀이정신은 연희를 성립시키는 바탕으로서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내재적 동인이라고 할 수 있고, 마당정신은 앞에서 말한 '마당'이라는 개념이 연희중에서 구체화되어 놀이판이면서도 삶을 억제하는 모든 외부조건에 대한 싸움판으로 삶의 생산성을 높이는 대결을 통해 내부의 결속 강화(공감대 형성)하여 그 대립을 극복하는 것이라 하겠다. 즉 이 놀이정신과 마당정신은 이러한 연희를 성립시키는 근본적 성격이다. 이 중 놀이정신의 강조는 대동놀이를 대두시키는 것이다.

이번에 행한 노래굿은 이런 강한 놀이정신 위에 성립하는 연희로서 우리의 노래와 연극이 결합된 또한 이것이 마당에서 행해지는 공연양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musical drama가 지금까지 말한 놀이정신과 마당정신으로 여과, 수용된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3.
표면적으로 연극의 양식상 변화에서부터 출발한 이러한 변화는 기본적으로 놀이정신 즉 대동이라는 커다란 개념 하에 열린 개념으로서 수용하려고 하는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한 문화적 조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문제는 이 놀이정신, 대동정신이 우리에게 수용이든 비판이든 간에 어떠한 의미로서 다가올 수 있으며 주체적으로는 그것이 연극이나 탈판이라고 하는 문화적 양식으로 표현되며 學內의 連行的 主流를 이루고 있음에 우리의 공연이라고 하는 문제에 있어서 어떠한 의미로 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아울러 우리가 가져왔던 폐쇄성-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 있어서든-즉, 우리가 막연하게나마 메아리적이라고 고집해왔던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함께 좀 더 개방적인 자세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선 마당극이 가진 주요 특성들 즉, 효과적인 공감대 형성과 狀況的, 현실적 reality를 그려낼 수 있다는 점, 또한 기존 무대극들이 갖는 카타르시스的 효과보다 더 현장성을 갖는 신명풀이를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놀이 성격상 민중적 전형성을 갖게 된다는 점등이다. 여기서 상황적 풍자와 해학을 통해 그 reality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뿐더러 그러한 분위기의 연출이 용이해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마당극에 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을 약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우리의 새로운 공연양식을 모색하는데 중요한 전제를 이룰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마당극들이 배태하고 있는 폐쇄성의 일면이 될 수도 있겠다. 마당극을 형식상으로 살펴보면 기존 무대극의 무대라는 형식이 갖는 형식성과 그것에서 파생되는 일단의 형식주의-물론, 거기에는 그로부터 파생되는 일방적 communication의 문제도 포함된다.-를 탈피하여 하나의 identity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마당극이 다시 形式主義로 돌아서게 되는 문제점, 물론 그것이 예술의 한 양태로서 갖게되는 형식은 인정해야하고 그 자체적 형식을 갖지 않는 예술양식이란 존재할 수도 없다. 마당극의 판의 형식 '일탈의 판-난장의 판-군무의 판-연희의 판-의식의 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순차적인 과정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형식이 고정화되고 폐쇄화되어지면 그것은 다시금 형식으로서 그 자체를 구속하기 쉬운 것이다. 마당극하면 감정의 고조와 더불어 난장과 군무를 필연적으로 연상하는 그러한 사고는 매우 편협한 것이다. 특히 마당극이 가진 소집단성을 벗어나서 수천의 관객을 대상으로 할 때에 자칫하면 집단적 자위행위로만 머무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두레'에서 공연한 마당극 "청산리 벽폐수야"를 넓은 의미에서 하나의 Model로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또다른 공연양식으로서의 노래굿은 지난 workshop을 통해 시도된 바가 있다. 물론 그것은 자체 training的인 의미가 강했었고 자체的으로 검토 내지 평가해 볼 기회가 적었었다. 노래굿은 고정적으로 정착된 양식도 아니며 편의상 붙여진 명칭일 뿐이다. 하나의 양식으로 고정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작품과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적 작업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 실험적인 노래굿은 단 하나의 작품만을 우리가 접할 수 있으며 그 단계는 매우 가설적인 단계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시도 가능한 한 양태로서 계속 검증해나가고 시도해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또한 노래굿은 이 글에서 결론적으로 추출하게 될 양식과 유사하므로 거기에 포함시켜 논하기로 하자.

이제 우리는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있어서 주어지는 大同놀이(마당극)의 의미를 바탕으로 몇 가지 우리에게 있어서 적합하고 실천 가능한 공연양식을 이끌어 내도록 해보자. 여기서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은 마당이 가진 공감대 형성의 기능이다. 形式的인 면에 있어 무대를 없애고 마당을 形成하는 것이다. 마당을 갖는 것 자체가 이미 놀이정신을 내포한다고 하겠지만, 마당이 가진 효과적인 공감대 형성을 수용한다면 우리가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이나 일방적인 전달의 어려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무대가 없이 같은 높이의 마당에 배우와 관객이 위치한다는 것으로도 관중은 일단 무대극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공동적 의식을 형성화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기본적 마당의 형성을 전제로 해서 우리는 두 가지 공연양식을 추출해 보고자 한다. 하나는 노래마당-이것은 기존의 노래굿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이라고 하는 것이요 또 하나는 소리판이라고 하는 것이다. 노래마당은 무대를 마당으로 옮긴 상태에서 노래극을 꾸며보는 것이다. 노래굿도 이에 한 형태가 되겠으나 이보다는 좀 더 포괄적으로 굿거리뿐만 아닌 극적인 요소도 포함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마당에서 벌이는 realism的인 노래극이 바람직한 형태로서 생각되어진다. 어쨌든 이것은 새로운 형식으로서의 노래극에다 마당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지면 되겠다. 또 하나의 양식은 소리판이라고 하는 것으로 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노래와 소리만으로 꾸며지는 판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 두가지 양식의 제시에서 이야기를 일단락 짓기로 하고 그 타당성이나 기술적 측면은 좀 더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