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요절한다고 했나. 정운영 선생이 한참 일할 나이(61세)에 돌아가셨다. 그의 죽음 앞에서 이 땅의 남은 자들이 그의 공과를 논하고 있다. 물론 충분히 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정 선생이 전<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인가, 현<중앙일보> 논설위원인가를 거의 유일한 가치평가의 잣대로 삼는다는 점에서 불온한 혐의가 엿보인다.

권위주의 정권이 문민1기 정권으로 이행되면서 DJ와 한겨레신문의 애매모호한 동거가 시작되던 때 정 선생은 홀연히 한겨레를 떠나 중앙일보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이는 문민3기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경대 VS 조중동’ 의 선악구도에 안주하며 반사이익을 즐기던 일단의 세력들로부터 공격당하는 구실이 되어 버렸다.

중앙일보 행은 과연 그를 ‘변절’ 했다고 할 만큼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 사안이었을까. 아니 역대 문민정권과 한겨레신문의 미묘한 동거가 오히려 정 선생의 행태보다 더 불온한 것은 아니었을까. 왜 지금 진보진영에서 ‘한겨레 굿바이’가 나오는지를 이해한다면,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가 주장한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 글들이 다소 논란거리는 될 수는 있을지언정 ‘변절’ 운운 하는 것은 문제있어 보인다.

김수행 교수는 추도사에서 “당신이 아무리 중국을 다니고 세계를 누비더라도 우리의 민중을 잊어버리면 마르크스주의자로서는 자격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지요. 당신은 이런 것을 개의하지 않고 “나는 옳다”고 외치지만 민중은 당신이 삼성재벌에 포섭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라며 ‘민중’의 입을 빌어 강도높게 비판한다.

정말 김 교수가 ‘민중’을 말할 정도로 민중적 삶을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자신은 정통 마르크스주의자이고 정운영 선생은 철저한 이데올로기보다는 ‘문학적 상상력 덕택’에 글이나 잘쓰는 일개 언론인쯤으로 여기는 김수행 교수의 자세는 정 선생의 혜안을 기대하며 속내를 조심스레 지켜보던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어쩌면 이 논쟁은 망자가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