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노조에서 내는 <진보언론> 10월 7일자에 실린 글을 발췌해서 올립니다. <진보언론>은 <한겨레신문>에 대한 노조의 평가서라고 하는데, 10월 14일에 안수찬 기자의 글이 나오게 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참고로, 필자인 김형배 사업기획이사는 정운영 선생과 김승호 선생의 한사 후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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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짧은 삶과 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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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계하기 전의 그가 여전히 한겨레인이었음을 나는 굳게 믿는다. 그러나 그와의 마지막 작별 의식에 그가 생전에 그토록 아꼈던 한겨레의 자랑스런 후배들이 자리를 함께 못해 마음 한편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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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부에서마저 그가 자의로 한겨레를 그만 두고 '물좋은' 다른 언론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한겨레가 정운영 논설위원을 내친 잘못된 과정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때인 1999년 한겨레는 비상임 논설위원들을 일괄 해촉의 명분으로 내몰았다. 이 바람에 비상임직에 있던 여섯 분이 논설위원직에서 함께 물러났다. 그러나 당시 논설위원실에 근무했던 사람들은 이 일에 정 위원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증오심도 작용했음을 모르지 않는다. 알다시피 우리에게는 한때 정치적으로 지독히 편향됐던 시절이 있었다. 그 정치적 편향과 이기심이 현실의 세까지 얻어 활개를 칠 때 망가지는 우리 신문을 걱정하며 그는 떠났다. [굳이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비상임 논설위원 중 한 분이었던 김금수 선생의 이후 행적은 누구나 다 잘 아는 대로이다(윤소영).] 남은 이들도 사태를 돌려놓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감에 크게 낙담했던 게 사실이다. 논설위원실에서는 면면이 이어지던 논쟁도 시간이 흐를수록 잦아들었던 게 사실이다.

한겨레에서 물러나 1년여 글쓰기를 중단했던 그가 과거 25년 전에 잠깐 근무했던 중앙일보로 되돌아갔다고 해서 일부에서는 '고향 찾기'쯤으로 해석하는 모양인데, 이는 사실 관계를 모르고서 하는 말이다. 들리는 말로는 직장을 옮긴 후 그쪽 논객들과의 사이에서 적잖게 마음 고생을 했다고 들었다.

말년에 자본의 편에 서서 글을 썼다는 일부의 부정적 평가에 대해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로서는 솔직히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 [그러나] 그가 남긴 재산이라고 고작 경기도 수지의 (...) 전세 아파트 한 채뿐이라는 사실이 곧바로 떠오른다. [게다가] 집권층의 빗나간 정치적 행태와 정책당국의 관료주의, 일부 시민단체의 도에 지나친 행동에 대해 칼럼을 통해 용기있게 지적한 것은 언필칭 '진보의 길'을 간다는 이들이 깊이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20여 년 전 한 차례 큰 수술을 받은 그의 약해진 몸은 이토록 과중한 일들을 겪고 견디기에 이미 너무 지쳐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어려운 시절에도 그토록 부지런했던 정운영 선배를 더 존경하는 것이며 그를 보낸 이들의 안타까움이 더한 것이리라. 정운영, 그는 떠났으나 남에게 푸근하고 자신에게 깔끔한 성품 그리고 차갑고 치열한 지성은 그를 따르는 수많은 후배와 후학들의 머리와 마음 속에 여전히 되살아 있다. 그가 든, 인간의 얼굴을 한 진보 논설의 푯대와 함께....